[영화,사색] <랜드 오브 마인 Land of Mine, 2015> / 죽음의 해변에 선 독일 소년병들, 전쟁 실화

2020. 6. 7. 18:52영화, 책 그리고 미술/영화, 사색


<랜드 오브 마인 Land of Mine, 2015 > / by 마틴 잔트블리엣 

 

 

 

 


2차대전 당시 독일군들은 영국에서 넘어오는 연합군을 막기 위해 덴마크 서해안을 따라 지뢰를 매설했다.

일종의 방벽을 만든 셈인데, 200만 개가 넘는 막대한 양이었다.

전쟁이 끝난 뒤, 지뢰 해체 작업에 투입된 건 전쟁 포로로 잡힌 독일군이었다.

그리고 그중 대부분이 15세~18세의 소년병이었다고 한다.

영화 <랜드 오브 마인>은 이러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의 무대가 지뢰밭이라 그런지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을 졸이며 봐야만 했다.

이렇다 할 안전장치 없이 맨손으로 모래를 훑어 지뢰를 해체하는 소년들.

눈앞에서 팔이 날아가고, 동료와 형제가 터져 죽는다.

그럼에도 소년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작업이 끝나면 집에 보내준다는 상사의 말을 믿고 따를 수밖에. 

 

 

 

 

나는 이 소년들을 보며 어떤 감정을 느껴야만 할까?

마음껏 동정하고 슬퍼하고 싶지만, '과연 그래도 될까?' 하는 물음이 몰입을 방해한다.

'자업자득'이라는 잔인하고도 간편한 결론을 내버리려고 하거나

감성팔이에 휩쓸리지 말자며 지나치게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 하다가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고 항복을 외친다. 

 

소수, 어쩌면 한 개인이 만든 '세상'에서 다수가 그저 뭉뚱그려진다.

사람들은 각자의 목소리를 잃고, 죄 없이 죄인이 된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적이 만들어진다.

판은 이미 짜여있고, 뭉뚱그려진 인간들은 체스판 위의 말처럼,

누군가의 손에 이리저리 오고 갈 뿐.

 

전쟁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린 수많은 삶,
그 모든 작은 삶과 죽음을 기린다.

이렇게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마음껏 동정하고 슬퍼하려고 한다.

한 명이라도 좋으니 무사하기를. 

나를 둘러싼 세계가 진정으로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것을 깨어 부수고 나와서 자신만의 견고한 세상을 짓고 살아갈 수 있기를.